요즘 미국 대선과 관련하여 미트 롬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몰몬교’라는 교회의 별칭이 빠지지 않고 나온다. 정치적인 공약이나 정치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특정 종교에 초점을 맞추고 그에 대해 온갖 흑색 선전을 늘어놓는 미국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미국 복음주의자들이면서도 “몰몬교도”인 미트 롬니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그의 신앙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가 점점 팽배해지고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당수 이들은 그의 신앙 경력(?)을 문제 삼아 비난하고 있다.
최근 롬니의 올라가는 지지도에 발맞추어 교회 회원들 내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미국 대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 내에서도 미트 롬니의 선전(善戰)은 그동안 온갖 비난과 모함으로 왜곡되어 왔던 교회의 이미지가 바뀌거나 별다른 도약 없이 지체되고 있는 선교 사업에도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들고 있다. 오랫동안 사이비 이단의 이미지로 여러 모로 시달려 오던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대통령이 같은 교회의 회원이 된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울 것인가....우리 교회는 이단 사이비가 아니다..봐라 미국 대통령도 우리 교회 회원이지 않느냐..... 그리고 미국 의존적인 한국 정부도 미국 대통령의 신념을 구성하는 우리 교회에 대해서 전보다는 깊은 관심을 가지지는 않겠는가....뭐 이런 식의 기대를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의 경우도 미트 롬니가 미국 대통령의 될 경우 우리 교회에 대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관심도(혹은 호기심)가 증폭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교회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한다. 비록 방법 자체는 세상적이고 속물적이긴 해도 세상적인 편견이나 무관심으로 인해 복음에 대해 알아볼 시도조차 갖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의 문을 열 기회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1844년, 암살되기 전 조셉 스미스 역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었다. 당시 많은 이들은 조셉 스미스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성도들을 선거운동에 나서게 했으며 그의 야망을 충족시키려는 은밀한 의도에 불과한 것이라면서 온갖 비난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그의 의도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신권정치를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조셉 스미스는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시 고통받고 있던 미주리주의 성도들의 슬픔과 현실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 전부터 정치 지도자들에게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핍박으로 고통받는 미주리주 성도들을 지켜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치인들의 철저한 무관심으로 빈번히 실패했던 터라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알려져 있지 않는 현실을 밝히는데 있었다. 바로 언론을 통해 성도들의 부당한 대우를 알리고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 이런 선거 운동은 상당 부분 가족들이 모인 집에서 실행하게 되었고 이것은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가 실제 가르치는 것들을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기에 일부가 교회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상당부분 교회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 수가 있었다.
조셉 스미스의 경우처럼 미트 롬니의 출마가 교회의 가치있는 부분이 드러나고, 세상의 편견과 오해가 많이 종식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반대자들이 말하는 교회의 감추어진 역사도 이런 기회를 통해 널리 공개되어 그 진의 여부가 교회 내 지도자들이나 학자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논의되어 입장을 명확하게 표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롬니의 출마가 꼭 교회의 성장과 관련하여 그렇게 긍정적인 면만 드러내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슬픈 경험을 통하여 배웠나니 곧 거의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조그마한 권세를 가지자마자, 즉시 불의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려는 천성과 기질이 있도다.” (교리와 성약 121:39)
우리는 너무나 슬픈 경험을 통해 사람이란 조그만 권세를 가지자마자 불의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천성을 보이고 있음을 목격해 왔다. 한국의 경우 김영삼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씨도 독실한 개신교인) 전부 개신교회의 장로로서 출마 당시부터 많은 개신교인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아왔으며 기독교인으로서 정치를 훌륭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실하게 하나님을 믿으니까 뭔가 부패와는 거리가 멀고 공의를 행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이승만 정권부터 해서 독재와 탄압, 부정, 부패가 끝임 없이 이어졌으며 그들이 속해 있는 한국 개신교회가 발전은커녕 더 많은 반감과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받아왔다. (독실한 복음주의자였던 부시 대통령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02년 동계 올림픽이 솔트레이크에서 열렸을 당시도 회원들은 그 일을 계기로 교회가 더 많이 알려지고 선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 기대했다. 물론 언론에서 자꾸 솔트레이크가 노출되니 자연스레 교회에 대해서도 많이 나오고 교회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있어왔던 것 같다. 그런데 과연 동계올림픽을 통해 많은 이들이 교회에 들어오고 실질적인 성장을 했던가? 오히려 대회 진행 과정 중에 부패와 탐욕와 과정이 밝혀지고 ‘미국 제국주의 탐욕의 제전’이란 오명을 들으면서 끝이 났을 뿐이다. (그 대회 과정에서 상당수 교회 회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과연 미트 롬니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 뭐가 달라질까? (슬프지만) 앞에 인용한 교리와 성약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 역시 권세를 가지자마자 불의한 지배력을 행사할지 모른다. 오해하지 마시기를...나는 현재 롬니가 불의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권세를 가지게 되면 불의한 영향력을 행사할 천성과 기질이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며 롬니 역시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치인으로 있다 보면 표를 의식하는 가운데 자신의 신앙을 순수하고 명백하게 옹호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게 된다. (한국 후기성도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신호범씨도 결국 정치권에 속해 있다 보니 표 몰이를 위한 장로교회에 많이 다니면서 저활동이 되지 않았던가)
나는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롬니의 미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도약하려는 몇몇 회원들의 세상적인 시각이다. 물론 앞서 조셉 스미스의 사례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교회에 대한 편견을 종식시키고 선교사업에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롬니의 출마가 교회 성장에 얼마간에 도움이 될 것임에는 부정하지 않겠다. 다만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영적인 위기에 대하여 더욱 명확히 인식하고 회원 각자가 영적으로 거듭나고 복음의 원리와 핵심에 돌아가야 할 이 시기에 특정 개인의 미대통령 출마가 교회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만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모색을 게을리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란 말이다. 특정 정치인의 신앙과 직위를 근거로 교회가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경전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그러한 기대는 속물적인 것이며 세상적인 것이다. 하나님의 복음은 “이 세상의 지혜가 아니요 또 이 세상에서 없어질 통치자들의 지혜도”(고전 2:6) 아니며
오히려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 (고전 1:27)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미트 롬니처럼 돈도 많고 정치적인 세력도 강한 이들을 사용하실 수도 있을지 모르나 그분의 근본적인 방법은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해서 지혜있는 자들과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전 1:29)고 했다. 자랑을 하려면 “미트 롬니가 우리 교회의 회원”임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나 같은 부족한 사람들을 사용하셔서 당신의 나라를 확장케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자랑할 일이다.
세상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통해 교회가 성장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기대는 교회 내의 많은 청소년들이 영적인 점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세상적인 성공에 더욱 열중하게 만드는 현 사태를 낳게 했다. 어느 청소년 모임에서 모 지도자가 “세상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훌륭한 교회의 지도자가 되는 방법”의 일부이며 현 교회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세상적으로도 성공하지 않았냐면서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며 청소년들에게 권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씁쓸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자칫 미트 롬니에 대한 성공 신화(?)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영적인 가치보다는 세상적인 성공 철학을 심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심한 우려가 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교회 내의 어떤 모임에서도 미트 롬니에 대한 적극적인지지 표명이나 입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교회 자체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함이 마땅하다. )
미트 롬니에 대한 풍자 만화 - 대부분 그의 신앙에 대해 비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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