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 저는 (다소 의문의 여지가 많은 문제지만) 레이맨인들의 검은 피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몰몬경을 보면 레이맨인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여 결국 피부가 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그는 그들의 죄악으로 인하여 저주로 그들에게 임하게 하셨나니, 참으로 혹독한 저주라. 이는 보라, 그들이 그를 대하여 자기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여 그 마음이 마치 부싯돌같이 되었음이라. 그런즉 그들이 희고 심히 곱고 기뻐할 만하였던지라, 그들이 나의 백성에게 꾀임이 되지 않게 하시려고, 주 하나님께서는 검은 빛깔의 피부로 그들에게 임하게 하셨더라.” (니후 2:21)
“또 레이맨인들의 피부는 그 조상들에게 두신 표시대로 어두웠으니, 이는 그들의 범법과 그들의 형제들을 대적한 그들의 반역으로 인하여 그들에게 임한 저주였더라.” (앨마 3:6)
이 구절을 읽어보면 레이맨인들이 자신들의 마음을 완악하게 하는 바람에 선한 니파이인들에게 유혹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검은 빛깔의 피부가 그들에게 임하게 하는 저주를 내리셨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이 구절을 근거로 하여 몰몬경이 인종차별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비판하기도 하며 피부색의 다양성은 멜라닌 색소에 의한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와도 일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 피부색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에서 논의한 바가 있기 때문에 굳이 이 자리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고대 미대륙 주민들에게서 발견되는 고고학적인 증거들이 과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증거들을 통해 어떤 해석이 가능한지를 설명해 볼까 합니다.
마야 문명에 대한 고고학적인 연구가 밝혀준 바에 따르면 그들의 문화 속에서 검은 색 피부와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아메리카 민족학을 연구하는 단체들은 이러한 현상을 “적(enemy)의 피부를 입는 것”으로 부르는데 그 검은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 처음 어디서 등장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그것을 단순한 종교적 행사로만 치부하여 설명하곤 합니다.
위의 그림은 고대 마야족의 그릇에서 발견되는 그림으로 검은 색 피부와 밝은 색 피부를 가진 사람이 등장합니다. 실제 이들을 니파이인과 레이맨인들을 묘사한 것이라 보기는 힘들 수 있으나 몰몬경이 기록된 시기에 두 가지 피부색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 중에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원후 400년에서 1000년 사이 페루 북쪽 지방에 모체문명이라는 것이 존재했었는데 다음 그림은 바로 그 모체 문명 시기에 만들어진 그릇에서 나온 것입니다.
기원후 400년경으로 추정되는 도기에서 발견된 그림으로 검은색 피부의 사람과 밝은 색 피부의 사람이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림을 잘 보면 알겠지만 당시 전쟁터에서는 봉이나 화살 .(고대 멕시코의) 창 발사기, 구리로 된 도끼 머리와 검을 이용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현대 고고학자에 의하면 모체 문명의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그들의 몸을 검은 색으로 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에서 나오는 검은색 피부를 한 이는 실제 피부색이 검은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자신의 몸을 칠한 것이라 하지요.
그래서 혹자들은 레이맨인들이 니파이인들을 대항하여 전쟁터에 나갈 때 그들의 몸을 검게 칠했고, 그것을 본 니파이인들이 하나님께서 그들을 검은 색으로 저주를 내리신 것이라 생각하여 몰몬경에 기록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 논리대로 한다면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레이맨인들의 실제 피부가 검게 되었다기 보다는 그들이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피부를 검은색으로 칠했는데 그것을 마치 에믈라싸이인이 자신들을 니파이인들과 구별하기 위해 이마에 붉은 표시를 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앨마 3:4, 13 비교)
저는 이 이론이 충분히 가능성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간의 피부색이 언제부터 나뉘었는지 경전에서는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지만 누구의 말마따나 갑자기 한 세대에서 피부색이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담의 후손들이 바벨탑 사건 이후로 전세계에 퍼지면서 그 지역의 기후와 지형, 음식의 영향에 따라,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의 방법으로 피부색에 변화가 올 수도 있지요. 특히 광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분비되는 맬라닌 색소의 많고 적음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몰몬경에서 나오는 레이맨인들의 피부가 실제 문자 그대로 검게 변화된 것은 아니라는 이론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고대 미대륙에 존재했던 민족들이나 현재 남아 있는 인디언들의 모습을 보면 흑인들은 없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흑인들은 예전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들이며 그나마 흑인과 백인의 혼혈로 알려진 물라토도 실제로는 16세기 경 유럽인과 강제로 끌려온 노예 사이에서 나온 인종이지요. 레이맨인들이 정말 흑인처럼 검은색 피부로 변형이 된 것이라면 고대 마야 문명이나 현 인디언 중에 그런 피부를 가진 이들이 흔적으로나마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모체 문명에서 알 수 있는 것을 토대로 하다면 실제 레이맨인들은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피부색을 검은 색으로 칠하고 살았기 때문에 그것을 본 니파이인들이 그들의 검은 색 피부가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실제 니파이인들은 그러한 시각으로 몰몬경을 기록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많고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도 없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몰몬경에 나온 피부색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실제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도 많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한 인종이 갑자기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 피부색이 검게 되고 그것이 인종의 구별을 구분짓게 된 기원으로 보는 시각은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몰몬경은 그대로이며 그 속에 담긴 메시지에도 변함이 없지만, 그속에 담긴 역사나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시대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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