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 친구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속초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결혼 직후 다녀온 부산 광안리 바닷가 이후 처음으로 해변가를 가본 것 같으니 7년만의 외출(?)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은 아마도 생애 처음 바다 여행이아니었 싶었습니다. 다른 곳들은 정말 많이 다녀봤지만 바다가 있는 곳은 왜 그런지 모르게 가볼 기회가 없었지요.
토요일에는 속초에 있는 워터파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숙소로 돌아와 밥을 먹고 밤에는 인근 바닷가로 나가 폭죽을 터트리며 겨울밤의 바닷가가 주는 정취를 느꼈습니다. 일요일은 아침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근처 관광지가 있다고 해서 한 번 돌아보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저는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보면 분위기 깨는 발언을 하고 말았습니다.
“내일 아침 우리 가족들은 교회에 가야해....”
몇 년 만에 한 번 있었던 여행이었고, 나름대로의 계획이 다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래서 이번 일요일은 살짝 눈감아도 될 것 같았고 그것으로 인해 우리를 정죄할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가족들은 교회를 가야만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식일 교회 모임은 빠지지 않는 것이 철칙이었기 때문이었죠. 교회에 가서 성찬을 취하지 않으면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를 버틸 힘이 없기도 했거니와 그게 우리 자녀들에게도 산 교육이 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오래간만에, 아니 20년 지기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처음으로 먼 곳으로 떠난 여행이었기에 나름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렇게 초를 치는 말을 한 것으로 인해 저 역시 친구들에게 미안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너무 유난을 떠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친구들의 반응은 너무나 부드러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그리고 교회 모임 끝나면 연락해 픽업하러 갈게..”
예전에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죠. 술, 담배는 너무 기본이고 주고 받는 대화들도 하나같이 음란패설로 가득했기에 그 모임 자체에 있는 것이 상당히 고역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꾸준히 그 친구들과 어울렸고 경조사가 있을 때 서로서로 챙겨주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다음에도 서로를 아끼는 그런 사이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처음 몇 년간은 술을 권하고 그것을 거부하느라 매일 전투를 벌였지만 이제는 알아서 사이다를 주문해 주는 그런 사이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스케줄대로 함께 움직여야 하는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가야 한다는 우리 가족들의 뜻에 아무런 반대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둔 그 친구들이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우리 가족은 다른 친구들이 자고 있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침햇살이 떠오른 바닷가에서 찬 바람을 맡으며 사진을 찍었고 짐을 정리한 다음 속초 지부에 가서 성찬을 취했습니다. 그 때가 금식주이기에 우리 부부는 간증을 하고 바로 이어지는 주일학교와 신권회에도 참여했습니다. 당일 유일한 초등회였던 우리 두 아이들만을 위해 초등회 교사님께서는 훌륭한 공과와 활동을 해주셨습니다.
처음 친구들이 애초에 여행 계획을 잡았을 때 인근에 교회가 없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이렇게 교회가 있는,속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애들 엄마와 딸이 사진 찍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찍었음
우리 가족이 참석한 속초지부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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