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교사업을 하던 당시에도 그러했지만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구도자를 찾기 위해 가장 활발히 하는 활동은 “가족 영어 프로그램”이다. 아직까지 외국인, 그것도 미국인으로 대표된 백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그것도 영어에 대한 관심이 유별한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교사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호기심”이나 “신선함”일 것이다. 그저 길 지나가는 아무 사람이나 잡고 교회를 소개하기 보다는 깔끔한 외모의 외국인들이 영어를 가르쳐 준다면서 은근슬쩍 접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기심에 발걸음을 멈춘다. 지나가는 꼬마 아이들에게 “Hello” 한마디 외쳐주면 아이들은 신기해서 난리법석을 떨며 그것을 보는 어머니는 흐믓해 하면서 “영어로 이야기해 봐”라며 아이들을 보채기에 힘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외국인 선교사가 가족들을 직접 방문하여 영어를 가르쳐 준다고 하면 대다수의 가족들은 “정말?”이라는 미심쩍음에서 “그럼 한 번 해볼까?”라는 호기심으로 발전하여 선교사들을 초대하게 된다. 가족들을 모아놓고 영어를 배우면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신기해 하고, 그런 사람들과 집에서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잠시 놓이고픈 아주머니들은 선교사들을 보면서 "오 유아 소 핸섬...브레드 피트, 톰 크루즈..."운운하면서 여고생 시절의 설레이는 마음을 다시금 되씹으면서 황홀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30분의 즐거운(?) 영어 시간이 끝나면 순간 “어색해지는” 복음 시간이 돌아온다. 영어를 배울 때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낄낄거리던 분들도 복음 시간만 되면 상당수가 관심을 잃어 버리고 딴 생각에 빠져든다. 그래 무료로 영어도 배우는데 30분쯤 못 참아줄까 싶은 표정이 가득하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이 네 혹은 아니요, 모르겠어요라는 3가지로 요약된다. 아니 메시지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선교사들에 대한 생각만 할지도 모르지..
이런 과정이 되풀이 되다가 몰몬경 읽기 및 기도, 그리고 침례 권유가 이어진다. 그동안에 쌓은 정이 있기 때문에 그 중의 일부는 침례에 동의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부담을 느낀다면서 선교사들을 “Drop”한다.
물론, 이런 과정 속에서 정말 선교사들의 친절에 반하고. 복음이 주는 기쁨을 알고 교회에 발을 들어넣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런 분들은 정말 복음을 듣도록 준비된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당수 그저 선교사들이 좋아하니까, 침례를 받지 않으면 그 동안의 우정에 금이 갈까 싶어 침례에 동의하게 되지만 실제로 침례 이후 교회에서 적응하는 것이 힘이 든다. 하지만 이를 어쩌랴….선교사들은 곧 이동을 가게 되고 더 이상 침례 받은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방문하지 않는 것을…물론 선교사들이 종종 방문해서 메시지를 남기고 회원들은 가정 방문을 부지런히 하지만 그들은 곧 실망하여 교회 출석을 그만둔다.
그들이 침례를 받은 것은 간증을 가져서도 아니며 단지 친하게 지낸 선교사를 위해서였기에 그들이 이동이나 귀환한 이후에는 더 이상 교회에 갈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침례를 받지만 곧 저활동이 되어 버린다.
예전부터 그러했지만 특히 요즘 영어를 통한 전도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든다. 예전 선교사업 시절 힘들게 아파트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영어 광고지를 집마다 붙인 적이 있었다. 그 중 어떤 분이 전화를 걸었는데 대뜸 이렇게 소리를 질렀었다. “왜 영어 가르쳐 준다고 하면서 사람들 미혹하냐?? 선교사업을 하려면 제대로 하지 왜 영어로 꼬시느냐?”고 말이다.
또 길 전도를 하다가 어느 아주머니께 영어 전단지를 드렸는데 “어디서 영어 가지고 사람들 미혹하고 다녀?!”라며 눈을 부라리고 덤빌 듯한 태도를 했었다. 몰몬경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전하다 그런 소릴 들으면 모를까…차라리 그랬더라면 복음을 전하다 박해받는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련만....비록 영어를 광고하지만 이건 주님의 사업이라고 스스로 여러번 읊조린다 하여도 영어 전단지를 전하던 내 손이 어찌도 초라하게 느껴지던지....제가 가르치는 것이 아니고요 저기 보이는 외국인이 가르쳐요..라고 소개해야 하는 내 자신도 비참하게 느껴졌었다. 어떤 분은 또 그러시더라. 영어 배우려고 영혼을 파멸에 이르게 하지 말라고…난 분명 복음이 좋아, 그것이 참되기 때문에 선교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영어에 미혹되어 방황하는 사나이로 보였나 보다.
교회의 거의 유일한 구도자 찾기 방법이 되어 버린 무료 영어 회화반과 가족 영어, 그럼 한국인 선교사들은 뭐지? 뭐 요즘은 어느 정도의 영어는 하고 BYU 출신도 많다고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한국인 선교사는 뭐지??
사람들이 원어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영어 회화반만 되면 멀뚱히 참석해 구경만 해야 하고 가족 영어 할 때도 복음 할 때만 조금 간증을 나누는 것으로 전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선교사들을 초대한 상태에서 방문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은 그저 영어 보조 교사에 불과할 때도 있다. 은근슬쩍 회원들도 영어 회화반을 크게 하기 위해 외국인 선교사들만 선호하는 것 사실이 아니던가? 툭하면 선교사들 이용해서 영어반이나 영어 캠프를 하곤 하던데.... 한국인 선교사들의 상당수가 이런 부분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난 여기 왜 있는거지..라는 물음까지 던질 정도로...그러니 선교사업을 나가도 다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하지...그것도 아니면 애초에 미국으로 나가서 거기서 부름장 내고 선교사 부름을 받던지..그렇게 하면 외국으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소문에 휩쌓여 말이다.
이런걸 생각하면 이 한국에서 정말 열심히 봉사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교사 중에 한국 선교사들처럼 명확하고 자세하게 복음을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텐데....
언제까지 한국 교회는 이 영어를 팔아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걸까? 뭐 다른 교회는 무료 영어 회화반도 없이 교인만 계속 늘어나던데....이젠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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