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따끔한 일침

계명을 지키는 이유

모로나이 2008. 5. 25. 07:49

계명을 지키면 축복을 받는다....교회에 다니면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말입니다. 특히 십일조와 관련해서 말라기 구절을 인용하여 십일조를 내면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축복이 쏟아진다는 말은 단골로 등장하곤 하죠. 물론 교리와 성약 130:20,21에 의하면 우리가 받는 축복은 그에 따르는 율법에 순종함으로서 주어진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축복에 대한 약속이 계명을 지켜야할 이유로서 강조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회의적입니다.

 

그럼 우리가 계명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예상되는 답변들은 대략 다음으로 요약이 됩니다.

하나님이 지키라고 했으니까...구원을 받기 위해서....축복을 받기 위해서....솔직히 이 세가지 외의 답변은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물론 이 세가지들은 다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계명을 지켜야 할 또 다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것이니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이라 그의 계명들은 무거운 것이 아니로다” (요한1서 5:4)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 (요한14:15)

 

그렇습니다. 계명을 지키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든 다 하고 싶어 합니다. 누가 뭐 강요한 것도 아닌데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들은 기쁘고 힘이 넘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계명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의무나 요구조건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에 따르는 축복들은 부수적인 선물로서 설령 주어지지 아니한다 할지라도 놀라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들은 애초에 사랑에 기초를 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종종 계명을 지키는 것을 축복을 위한 통로로만 강조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정말 충실하게 계명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사는 것이 힘들고 역경만 가득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계명을 지키면 축복을 받는다...십일조를 충실히 내면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복이 주어진다..고 말을 강조한다고 합시다. 물론 이 축복은 영적인 축복이다...는 말을 잊진 않죠. 과연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요?? 때로 어떤 분들이 어떤 계명을 지켜서 물질적 축복을 받았다고 간증을 하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나는 이렇게 하는데 왜 축복을 받지 않지? 뭔가 정성이 부족한 것인가?? 그럼 계명을 충실하게 지켰는데 항상 하는 일이 안되고 어려움만 가득하면 ‘영적으로 축복을 받았다“고만 위로하며 또 다른 충성을 요구할 것인가요?? 다른 사람들은 계명을 지킴으로 이런 저런 물질적 축복을 받았다고 간증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솔직히 이런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무관하게 만병통치약으로 예수를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계명을 지키는 것을 의로움의 상징으로만 여겨 그것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죄책감을 유발하게 됩니다. 주님의 말씀은 정말 달콤한 꿀과 같이 달고 기쁜 것인데도 그것이 자칫 생활에 부담을 주고 제약을 가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무엇을 하지 말라..무엇을 해라....이런건만 강조해서 도대체 무슨 유익이 있을까요?? 교회의 청소년들은 우리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잘 압니다. 그런데 왜 그것이 우리의 유익을 위한 것이며 어떤 원리를 지니고 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서 교회의 정책이 강압적으로 보이고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여겨져 교회와 거리를 두기도 하죠.

 

그렇다고 한다면...우리가 해야 할 일은..계명에 대한 강조도 물론 중요하지만...우리가 왜 계명을 지키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전제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하나님이 하라고 했으니...지키면 축복을 받으니까...와 같은 개념보다는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니까 계명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우리가 왜 하나님을 사랑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그분의 속성과 우리를 위해 보여주신 사랑의 방법들, 즉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과 복음의 회복의 중요성에 대해서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사랑을 보여주고 그것을 인식하게 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그 상대를 사랑하기 마련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나타내신 일들에 대해 경전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고 왜 우리의 사랑을 받아 마땅하신 분인가를 설명하면 계명에 대한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리라 봅니다. 계명을 지키면 축복을 선물로 주시기도 하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가 그분을 사랑하기에 그분이 원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이다...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이 일어나겠지요.

 

그래서 저도 요즘은 누군가가 “커피를 왜 안마시니?”라고 물어볼 때면 “교회의 계명이니까..하나님의 명령이니까..”라는 말보다는 “하나님을 사랑하는데 그분이 원하시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는 답변을 합니다. 십일조를 계명으로서, 단순히 축복을 받기 위해서 낸다면 솔직히 아깝습니다...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에..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때는 그리 아깝지 않고 오히려 기쁘죠. 사랑하는 그분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에 대한 축복을 주시면 물론 엄청 감사하죠.....하지만 주시지 않는다 해도 뭐 그분을 사랑해서 한 일이니 원망하는 마음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