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개인적 생각들

이젠 영어 광고를 못한다...

모로나이 2008. 7. 18. 16:53

이제 선교사들은 영어 광고를 통한 전도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신권회 시간에 서울 선교부 회장님께서 방문하셔서 하신 말씀 중에 영어 광고를 통한 전도 활동은 할 수 없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얼마나 기뻤는지 몰랐다. 농담 삼아 선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한 자매에게 귓속말로 “역시 교회는 참되구나.”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그랬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효과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겉으로는 영어를 들이미면서 실제로는 복음을 소개하려고 했었다. 하긴 처음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쩌고저쩌고하며 다가가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여지가 있긴 했었다. 그래서 원어민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다가가면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연락처를 전해주곤 했으니까...하지만 내 눈에는 이러한 행위가 정직하지 못한 상술에 불과했었다. 침례 받기 전에 몰몬 선교사들에게 적대적 감정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영어라면 깜빡죽는 한국 사람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준다면서 능구렁이마냥 다가가는 것 때문이었다. 그 사기 행각도 모르고 줏대 없이 낄낄 거리면서 응하는 한국 사람들도 바보 같았으니 말이다...

하긴 나도 선교사업을 하면서 영어 광고를 무진장 해댔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침례를 줘야 하는데 그 사람들을 만날 가장 쉽고도 편한 방법이 바로 영어 광고였기 때문에 마치 사냥꾼이 이곳 저곳에 미끼를 던지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어 광고 나눠 주기를 쉬지 않고 했었다. 하지만 선교사들, 특히 국내에서 봉사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은 이러한 방법에 많은 회의를 느낀다. 1년 반, 2년이란 세월을 주님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나온 이들인데 고작 나와서 한다는 것이 영어 찌라시를 뿌리는 것이니 얼마나 회의에 빠져 들었을까..그것도 주님의 도구라고 자위하긴 하여도 실상 그 방법적 문제에 실망하고 번민하기 마련이다. 나도 한동안 이 문제로 힘들어 했고 와드에 편지하면서 영어 광고를 통해 선교사업을 한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는 말까지도 적어 보낼 정도였다. 그래서 언젠가는 영어 광고지가 아닌 몰몬경 소개 광고지, 영원한 가족 광고지들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했었는데....한편으로는 선교사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효과적이지 않는 방법에 너무 힘을 쓰는 것은 아닐까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 선교사들이 영어 광고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북아시아 회장단께서 각 지도자들을 모아놓고 이 문제에 대해 지시를 내렸다 한다. 영어를 겉으로 내놓고 복음을 소개하는 것은 주님의 방법이 아니라고...복음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고...효과적이진 않겠지만 주님의 방법대로 행한다면 복음을 알고자하는 많은 영혼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그 말씀을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늦긴 했지만 너무나도 올바른 방법이라고....정말 기립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이런 분위기였더라면....더 열심히 주님의 사자로 봉사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