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상식’만을 판단 기준으로 정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될까요? ‘하나님은 이래이래야 한다, 선지자는 이래이래야 한다..“는 식의 잣대로 우리는 얼마나 하나님의 것들을 오해하고 심지어는 폄하하는 일이 있었던가요?
저 역시 과거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해 못하는 것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제 상식의 선에서만 이해되는 것들을 하나님의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성경을 읽으면서 내 마음대로 해석하고, 이치에 맞다고 판단되는 것들만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이며 신앙한 적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편하지요. 어려운 문제로 갈등할 것이 없고, 마음에 안드는 것들은 ‘순종’할 필요 없이 그냥 거부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된 교회란 없으니 그저 내 양심에 허락되는 것들만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생활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러한 행위는 과거 황금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숭배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전형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애굽이라는 엄청난 기적을 목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이 유일한 하나님이요 창조주라는 사실을 오감을 통해 체득한 이들이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위해 시내 산으로 올라가 시간을 지체했을 때에 곧바로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모세가 엄청난 계시를 받고 금세 내려올 줄 알았나 봅니다. 그런데 그들이 기대했던 바가 이루어지지 않자 바로 “신을 만드는 행위”에 돌입하게 됩니다.
“백성이 모세가 산에서 내려옴이 더딤을 보고 모여 백성이 아론에게 이르러 말하되 일어나라 우리를 위하여 우리를 인도할 신을 만들라 이 모세 곧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사람은 어찌 되었는지 알지 못함이니라” (출애굽기 32:1)
그럴 때 아론을 중심으로 하여 백성들은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금은보화들을 모아서 금송아지를 만든 다음 그것을 하나님이라고 칭하며 심지어 번제를 드리고 먹고 마시며 뛰어 놀게 됩니다.
“아론이 그들의 손에서 금 고리를 받아 부어서 조각칼로 새겨 송아지 형상을 만드니 그들이 말하되 이스라엘아 이는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너희의 신이로다 하는지라...이튿날에 그들이 일찍이 일어나 번제를 드리며 화목제를 드리고 백성이 앉아서 먹고 마시며 일어나서 뛰놀더라” (출 32: 4,6)
성경을 읽으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이런 장면을 보면 혀를 쯧쯧 차면서 한탄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어떻게 저런 기적들을 보면서도 쉽게 우상숭배에 빠지지? 참 어리석은 백성이구나...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은 (조심하지 않는다면) 우리 각자에게서도 발견된다는 것을 깨닫기는 참으로 힘이 듭니다. 잘 보십시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을 부인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하나님을 믿던 것을 버리고 엉뚱한 신을 섬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모아서 형상을 만들어 놓고는 그것을 일러 그들을 구출해주신 하나님이라 지칭한 것입니다. 그래놓고는 실제 그 형상에게 번제를 드리며 즐거워합니다.
자 현재 우리의 모습이 그러지는 않는지 살펴보길 바랍니다. 우리들은 종종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이나 상식을 근거로 하나님의 모습을 만들어 놓습니다. ‘하나님은 이래야지, 선지자는 이래야지...’라는 식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는 그와 맞지 않으면 전부 거짓이라 취급하기도 합니다. 내 이해에 맞을 때에만 하나님의 뜻으로 풀이하며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전부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됩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그들은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보다 높다”(이사야 55:9)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사야 55:8)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치고 즐거워 할 이들은 없죠. 그러기에 자신의 것들을 기준으로 하나님을 만들어 숭배하면서 기뻐합니다. 마치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말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살과 피를 먹지 않으면 영생을 얻을 수 없다는 말씀을 전하실 때의 일입니다. 물론 우리들은 그 의미가 그분의 속죄와 성찬식 개념으로 이해를 하기에 별 문제가 없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자 중 여럿이 듣고 말하되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들을 수 있느냐 한 대” (요한 6:60)
예수님을 밀접히 따랐던 제자들조차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몇몇 이들은 살과 피를 먹는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식인 행위”와 연결하여 이해했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율법에 정통한 이들에게는 “피를 먹지 말라”(레위 17:12,14, 신명기 12:25)는 구약의 율법을 근거하여 예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뜻에 적대적인 것으로 이해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계명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거나 심지어 가장 야만적인 식인 행위와 연결하여 이해한 사람들의 수준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살과 피를 먹어야 영생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정상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이해를 하겠지요. 실제 그런 자들의 마음을 아신 주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예수께서 스스로 제자들이 이 말씀에 대하여 수군거리는 줄 아시고 이르시되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 (요한 6:61)
예수님은 그들의 이해가 “걸림”이 될지 아셨던 것 같습니다. 실제 예수님의 말씀을 “걸림돌”로 여긴 이들은 그분을 떠나게 됩니다.
“그 때부터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이 떠나가고 다시 그와 함께 다니지 아니하더라” (66절)
헌신을 다해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이, 그분의 기적과 영생의 말씀을 들었던 그들은, 자신들이 이해 못하는 것들을 “걸림돌”로 여기며 결국은 예수님을 떠나 다시는 그와 함께 다니지 않는 비극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교회의 첫 번째 회장이었던 베드로의 경우는 어떠합니까? 예수께서는 열 두 제자들에게도 동일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도 떠나겠느냐?고 말입니다. 그 때 베드로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시몬 베드로가 대답하되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우리가 주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이신 줄 믿고 알았사옵나이다” (요한 6:68-69)
그렇습니다. 베드로 역시 예수님의 온전한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것을 신앙을 부인할 걸림돌로 여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가 영생의 주인이시며 하나님의 거룩하신 자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끝까지 복음에 순종했습니다. 실제 그는 후에 교회를 이끄는 초대 회장이 되었죠.
“모든 경전을 우리에게 비유하여 그것이 우리의 유익과 배움이 되게 하고자 하였음이니라” (니전 19:23)
경전의 모든 말씀은 우리에게 적용되어 유익과 배움이 됩니다. 실제 우리에게 적용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우리의 상식과 맞지 않고, 경전의 내용과도 일치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치 ‘살과 피를 먹어야 한다는 말씀’을 ‘식인 행위’나 ‘피를 먹지 말라’는 율법을 근거로 이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수께서 그 핵심 의미를 밝혀주지 않으셨는데 결국 내 생각과 맞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즉시 걸림돌이 되어 결국은 예수 그리스도를 떠나는 비극까지 발생하게 됩니다. 반면에 베드로 역시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신앙을 이해못할 부분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초기 교회의 일부다처와 그에 부수되는 여러 이해 못할 부분들. 그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이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때로는 몇몇 회원들에게 “걸림돌”이 됩니다. 그리고 일부는 그것을 마음 속에 깊이 담아두고 자신의 상식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교회를 떠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예수님이 자신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난 이들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을지 상상해 봅니다. 이 복음이 참되다는 성신의 속삭임을 들었을 것이며, 기도에 대한 응답과 경전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는 간증을 지녔을 분들이 “이해 못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결국엔 그 길로 교회를 등지게 되면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는 얼마나 슬퍼하실까요? 반면에 베드로처럼 온전히 이해는 못하지만 영생의 근원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온전히 이해하게 될 그 날을 인내로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버지께 영광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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