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린도 후서 11:33-12:9을 포함하고 있는 파피루스 46번)
본문 비평이란 "본문에 원래 사용된 용어나 형태를 찾아 보는 연구"로서 "모두가 불가피하게 오류를 지니고 있는 사본들을 가능한 많이 비교함으로써 하나의 문학 작품인 원본을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과 관련하여 더욱 쉽게 말을 하자면 성경에는 원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존하는 여러 사본들을 비교, 조사해서 원본에 가장 가까운 의미를 찾으려는 학문입니다. 고대의 문헌들은 필사자들의 손으로 직접 기록되어 현재까지 이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류나 첨가된 문구가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오류들을 발견해서 더욱 정확한 원본의 의미를 추적하는 학문이 바로 성경 본문 비평이라 하겠습니다.
많은 근본주의자 기독교인들은 성경은 완벽하고 오류가 없다고 믿습니다. 성경에 어떠한 종류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그 가능성 자체도 거부하는 사람들이죠. 성스러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완벽하게 보존하셨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후기성도들은 이러한 개념 자체를 거부합니다. 경전의 어떤 부분도 완벽할 수가 없다고 보는 것이지요. 비록 경전 자체에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긴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의 표현(언어)을 통한 것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하는데다가 그것을 필사하는 사람들의 실수와 편견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오류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후기성돌은 성경 뿐만 아니라 몰몬경을 비롯한 다른 현대 경전에도 오류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물론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에서는 성경의 어느 구절이 정확한 것이며, 또 어느 구절이 잘못된 것인지 분별하지는 않습니다. 성경의 본문을 연구하고 평가하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며 교회에서는 신앙과 계시와 관련된 부분만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경의 사본에는 많은 차이점들이 존재합니다.
다음은 몇가지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한복음 7:53, 8:1-11)
이 구절은 용서와 관련되어 자주 인용되는 간음함 여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종종 잘못을 범한 목회자들을 옹호하기 위해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구절이 자주 인용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구절은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사본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당시 떠돌던 전승이 후대에 첨가된 것으로 보며 요한이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학설이 지배적입니다.
(마가복음 16:9-20)
이 구절은 예수님이 부활하셔서 제자들을 방문하시면서 하신 말씀이 기록된 부분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다른 모양으로 나타났다거나 믿는 자들에게는 독을 먹을 지라도 해를 입지 않으리라는 구절이 담긴 부분이지요. 하지만 이 구절 역시 권위 있는 사본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마가복음의 마지막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후기 서기들에 의해 첨가된 것으로 봅니다.
(킹제임스 성경 마태 5:22)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까닭없이(without a cause) 자기 형제에게 노하는 자는 누구든지 심판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 구절에서 “까닭없이”이라는 표현은 몇몇 초기 문헌이나 초기 교부들의 저술에서 찾을 수는 있으나 가장 오래된 사본(기원후 125-150년경으로 추정하는 파피루스 67번)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초대의 교부(기원후 165년경의 저스틴)의 글에서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구절이 3세기 경에 추가된 것으로 믿습니다. (이 구절이 흠정역 성경에는 나오지만 몰몬경이나 조셉 스미스 역 성경 마태 5:22에 나오지 않습니다.)
(요한 1:18)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 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다양한 사본들에는 밑줄 친 부분이 “유일하신 하나님”(monogenes theos)이나 “유일하신 아들” (ho monogenes huios)로 나와 있습니다. 어느 구절이 원래 요한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후대 필사자들이나 번역자들의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옹호하기 위해 변경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히브리 1:3)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바티칸 사본(바티칸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4세기경의 대문자(大文字) 그리스어 성서 사본. 양피지(羊皮紙)에 쓴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에는 “만물을 드러내시며(phaneron)”라고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문헌에서는 “만물을 붙드시며(pheron)”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바티칸 사본에 이 부분과 관련하여 “어리석고 정직하지 못한 자들이여 옛 읽기 방식으로 남겨두라, 그것을 변경하지 말라”는 문구가 첨가되어 있습니다. 바티칸 사본을 남긴 필사자가 다른 필사자들에게 사본을 변경하지 말고 그대로 기록하라는 충고를 준 문장인데 당시 성경 필사와 관련되어 어떤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티칸 사본 1209의 일부로 하단에 동그랗게 표시된 부분은
본문을 잘못 변경하려는 자들을 비판하는 문구다.
이 외에도 성경 사본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차이점들은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이 읽어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의 후기성도들은 성경 내에서 발견되는 오류를 찾거나 그것을 극대화하는데 관심이 없습니다. 저 역시 성경에는 오류가 있기 때문에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지도 않으며, 그럴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해서 어떤 문헌도 불완전한 인간이 기록하거나 필사하거나 번역을 한 것이라면 완벽하다거나 오류와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뿐입니다.
이러한 오류들이 성경을 완벽하고 오류가 없는 경전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후기성도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후기성도들은 성경을 유일하고 완벽한 경전으로 믿지도 않으며, 그 속에 오류가 없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증언이 중요하고 그들이 전한 간증이 진리라고 보지만 그들의 역시 불완전한 사람들이고, 불완전한 도구가 완벽한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과정 중에 필연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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