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 어만의 저서인 “성경 왜곡의 역사”라는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예전에는 그저 성경을 학문이라는 이름을 빌어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내용만을 늘어놓은 것이라 생각해 그리 진지하게 들쳐보진 않았던 책이었다. 성경을 인문학적으로 비판한 책들은 이미 예전에 많이 읽었고,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 책은 그다지 흥미 있거나 더 이상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리라 단정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가 그 책을 읽고 있었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 역시 그 책을 다시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저 먼 곳에서 집으로 오는 도중, 지하철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 있게 읽었으며 중간 중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의 발견에 놀라기도 했었다. 분명 이 책은 성경만이 오류가 없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하나님의 말씀이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도전이 될 만한 것이었다. 특히 성경이 필사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오기들이나 수많은 이문들, 그리고 후대에 삽입된 본문들이 학술적으로 분명한 증거와 함께 제시되었으며 그 과정 중에 자신의 교리적인 견해를 옹호하기 위한 시도로 본문을 변형한 사례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난 이 책에 기록된 모든 주장들이 합리적이라거나 절대적인 증거 위에 뒷받침된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그저 흥미롭게 읽은 책이라 내가 미처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저자의 편견이나 상상력이 추론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경우도 여럿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의 몇몇 주장에 대해서 리스트로벨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책에서 몇 가지 변증을 시도하긴 했었으나 그러한 단편적인 주장으로 뒤엎기에는 이 책에 담긴 자료의 상당수는 분명 신뢰성 있다.
만약 이 책에 담긴 내용인 사실이라면 성경만이 유일하고 절대로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것이 참으로 비합리적일 것이다. 실제 몇몇 순진한(?) 사람들은 마치 성경 66권이 한꺼번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믿는 사람들도 있다. 성경에는 원본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현존하는 사본들은 그 원본도 아니고 그 원본을 필사한 원본도 아닌, 수 백 년도 지난 이후 만들어진 필사본일텐데 “성경 원문을 보시면..”이라면서 순진하게 영어 성경을 들먹이거나 몇 개의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를 인용해서 설명하는 경우도 너무나도 쉽게 목격한 적이 있다. 물론 언어적인 분석은 성경을 이해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이며 실제로 유용하긴 하다만은 그것이 마치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유일하고 객관적인 방법인 양 사용하는 분들도 실제로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현존하는 필사본을 분석해 보면 그 내용과 표현의 차이가 너무나 광범위하고, 어느 구절이 사도들의 원기록인지 추론할 방법이 전혀 없어 그저 문서비평이란 학문의 한 방법으로 다양한 이문들을 비교해서 추측할 뿐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원본부터 정확하게 번역되어 내려온 것인양 가르치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물론 나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있으며, 그 책에 담긴 내용을 사랑하고, 그 책의 주인공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 마음을 다해 나의 구세주로 믿는다. 그러나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믿음처럼 “성경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오류가 없는 절대 유일한 경전”으로 믿진 않는다. 조셉 스미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원저자들의 손에서 직접 기록된 성경만을 믿는다. “무지한 번역자, 부주의한 서기 또는 고의로 부패한 성직자들이 많은 잘못을 범했.”(선지자 조셉 스미스의 가르침, 310쪽)기 때문이다.
몰몬경에 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이는 보라 그들이 어린 양의 복음에서 명백하고 극히 귀한 많은 부분들을 제하여 버렸음이요, 주의 많은 성약을 또한 제하여 버렸음이라.... 그러한즉 그 책이 크고 가증한 교회의 손을 거쳐 나아간 후, 하나님의 어린 양의 책인 그 책에서, 많은 명백하고 귀한 것들이 제하여진 것을 네가 보느니라. “니전 13:26,28”
조셉 스미스의 말이나 몰몬경 윗 구절은 오랜 시간 동안 성경만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사람들에 의해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단이지 않느냐...몰몬경을 옹호하려니 성경을 깍아내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라면서 마치 계시록 22장에 나온 저주의 대상처럼 “절대적인 66권의 말씀에서 가감한 자”로서 대표적인 이단인 바로 몰몬교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하지만...조셉 스미스나 몰몬경의 말을 떠나서 성서 비평학, 문서 비평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증거들은 66권의 성경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며, 사도들이 직접 승인하여 편찬한 것도 아니며, 원본이 존재하여 쉽게 분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몰몬경을 비평하는 사람들이 잘 하듯이 성경의 모든 내용들이 고고학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며, 수많은 번역본들이 존재하고 중세 성경과 비교하여 엄청난 변경이 시도되어 왔다. 이러한 증거가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는데도 그저 순수하게 “성경 66권”만이 하나님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말씀인양 믿고 가르치는 것을 그저 순수한 신앙의 모습의 하나로만 봐야 할까?
나는 조셉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성경 원저자의 손에서 기록된 것”만을 믿는다. 물론 그 원본은 현재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것을 우리가 찾아서 분별할 수 있다는 말도 아니다. 조셉 스미스역 성경이라고 조셉 스미스 생전에 시도된 새로운 성경 번역(영감역)이 “명백하고 귀한 것들”(니파이전서 13:28)을 많이 되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몰몬경 학생교재 종교 121-122)고 하긴 하지만 객관적인 증거를 우선시 할 경우 이 역시 절대적으로 신뢰할 것이 못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현존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알 도리가 없기 때문에 하늘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마땅하며 이러한 원리 상에서 보면 조셉 스미가 성경 원본의 회복이라는 영감역의 존재도 필수적일 수밖에 없겠다. 조셉 스미스가 하늘의 영감을 받은 선지자라면 그가 시도했던 영감역의 가치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겠으나 여기서 이를 논의하고 싶진 않다. (물론 영감역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은 나의 개인적인 신앙이다.)
다만 나는 성경을 읽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배울 때 모든 구절을 세세하기 분석하여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믿는 것은 성경을 읽고 그 속에서 발견한 그분의 신성한 사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 신성한 사명이 몰몬경이라는 또 다른 증거를 통해 재확인되며, 최종적으로 성신의 확실한 인증을 통해서 가능해 진 것이지 성경의 모든 구절을 낱낱이 분석하여 얻어진 지식은 아니라는 것만 밝히고 싶다.
리그랜드 리차드 장로님의 “기이한 업적”이란 책을 보면, 처음 읽었을 당시에는 너무나 대범하고 무모한 주장이라 생각했으나 현재에는 보다 깊은 의미를 가지면서 다가온 구절이 있다.
“교회의 조직이나 행정에 있어 성경에만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교회이며 세상의 모든 성경이 다 없어진다 하여도 예수와 그의 선지자들이 가르쳤고 전파한 것과 같은 교리를 가르칠 것이며 같은 의식을 집행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원리와 의식이 오래 전의 성스러운 진리와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 성경을 사용하지만 성경이 없다 하여도 우리는 말일에 주님의 종인 선지자를 통하여 주시는 계시로 필요한 방향과 지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4페이지)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 분이며,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을 두고서 동일하신 분이고, 현재 당신의 모든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길을 내미시는 분이라면 성경의 원본이 남아 있지도 않고, 어느 구절이 하나님의 원래 뜻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그 책으로만 당신의 백성들을 이끌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만약 성경만으로 충분했고, 그것으로 당신의 자녀들을 충분히 유일한 진리의 길로 이끌 수 있으셨다면 원본이 존재하도록 남겨 두셔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필사하는 과정 중에 오류가 발생할 수 없도록 막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나는 이러한 방법을 하나님께서 선택하지 않으셨다고 확신하며, 그렇기에 몰몬경과 같은 다른 경전이나 현대의 계시, 선지자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진다고 보는 것이다.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라고 봐도 좋다.)
그럼 몰몬경이나 현대의 선지자라는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믿냐고??
그런 분들에게 오히려 이렇게 되묻고 싶다.
글쎄...그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보는데...정말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과연 그분의 백성들을 어떻게 인도하시리라고 보는데?? 불완전한 문서가 아닌 다른 대안이 있으면 알려주겠나?? 그 길이 확실하고 더욱 명확하다면 당장에 달려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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