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위성중계로 보는 연차대회는 선호하지 않습니다. 연사의 실제 목소리와 말씀 중간 중간에 영의 감동으로 인한 떨림이나 눈물 등이 더빙하는 음성에 의해 완전히 삭제되어 버렸을 때 참으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필시 하늘의 도움과 인도를 구했을 이 연사들의 말씀들은 충분히 연구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야 하지만 그저 연사의 말씀을 따라가기 위해 부랴부랴 읽어버리는 식의 더빙은 오히려 이해를 방해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연차대회에서 가장 큰 유익을 얻기 위해서는 더빙이 아닌 연사의 실제 음성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언어 장벽 때문에 누구나 그 방법을 선택할 수는 없고, 그렇기에 리아호나 특별호에 나오는 연차대회 말씀들은 앞으로 6개월간 필요한 하나님의 음성이면서 개인적 기도의 응답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 2012년 5월호 리아호나 연차대회 특별호를 받으면서 처음 느낀 것은 화려하게 차려진 만찬을 앞둔 굶주린 자와 같다는 것입니다. 배고프다는 이유만으로 허겁지겁 먹어서는 충분히 음식을 즐길 수도 없고 금방 배가 불러 오히려 많은 음식을 먹을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체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음식을 음미할 필요가 있죠. 이처럼 영적으로 굶주려 있는 저로서는 연차대회 말씀들은 저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생명의 만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연차대회 말씀을 읽고 공부하면서 개회 말씀에서 토마스 에스 몬슨 회장님이 하신 말씀을 깊이 깊이 유념했습니다.
"우리는 배우려고 이곳에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는 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여러분은 주님의 영을 느끼며 깨달음을 얻고 마음이 고양되며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삶에서 바꾸어야 할 점이 있다면 영감 어린 말씀을 들으면서 동기를 부여받고 용기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2012년 5월 리아호나 4페이지)
“저는 연사들이 말씀을 준비하는 동안 하늘의 도움과 인도를 구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분들은 우리에게 전할 말씀에 관한 영감을 받았습니다.” (5페이지)
정말 주님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싶었습니다. 삶에서 겪는 어려움과 여러 의문들에 대한 답을 얻고자 말씀을 공부하면이 이 말씀들을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기도와 묵상, 눈물로서 지혜를 간구했을 연사들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총관리 역원들은 수많은 말씀을 하시긴 하지만 분명 연차대회 말씀은 더욱 신중을 기했을 것이고 그만큼 더욱 필요한 말씀이 영감으로 주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씀을 공부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깨달았고 여러 의문에 대한 정답을 얻었습니다. 특히 토요일 오후 모임에 ‘포도원의 품꾼’이란 제목으로 제프리 알 홀란드 장로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중에 몇 가지 말씀을 인용합니다.
“자신에 대한 것이든, 이웃에 대한 것이든, 심지어 이 참되고 살아 있는 교회에 대한 것이든 과거 문제나 불만에 얽매인 채 살지 마십시오, 여러분과 이웃의 삶,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장엄한 가치는 비록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알아보진 못하더라도 마지막 날에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전 아홉시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우리는 기억 속에 강하게 들러붙는 어떤 과거사에 매달려 참으로 고귀한 정서적, 영적 힘을 소진해 버립니다. 예를 들면....단순히 필멸의 인간이란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허덕이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교회 역사 속 사건 등과 같은 것입니다.” (32쪽)
“그분의 관심사는 여러분이 마지막에 지니게 될 신앙이지, 그 신앙을 하루 중 언제, 몇 시경에 얻었느냐가 아닙니다.” (4쪽)
이 말씀을 읽으면서, 한 때 교회에 충실하였으나 교회 역사 속에 드러난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이나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사실에 대한 부풀린 해석들, 그리고 개인적인 불만들로 인해 교회를 떠난 이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어떤 분들은 우리 기억 속에 들러붙는 과거사에 매달려 있느라 고귀한 영적 힘을 소진해 버리고 현재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수많은 축복에 대해 눈먼 상태로 거부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홀란드 장로님의 표현에 의하면 교회 역사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란(그것이 비롯 선지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허덕이는 불완전한 존재들입니다. 그런 허덕이는 사람을 통해서 그분의 놀라운 일들을 진행하시는 그 지혜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같이 더 연약한 존재도 하나님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의 기도를 돌리게 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하나님의 마련들로 인해 교회를 등지고 상처받는다니요...
우리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과 맞지 않을 경우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그랬으며, 실제 그렇기 때문에 그분께서는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실족하지 아니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시니라” (마태 11:6)고 하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시기에 교회에 충실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번 연차대회에서 홀스트롬 장로님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교회에 활동적이면서도 복음에는 저활동”인 경우가 있으며 그 이유는 바로 영원에 관한 것에 완전히 개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관심사는 과거 교회에서 얼마나 활동적이였냐가 아니라 우리가 마지막에 지니게 될 신앙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 닿는 곳에 있음을 간증드립니다. 여러분이 무한한 그리스도의 속죄의 빛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홀란드 장로님 말씀, 33쪽)
과거 역사에 매달려 더욱 중요한 영적인 보화를 놓치는 비극이 없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은 그리스도의 속죄의 은사를 받아들이라는 성령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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