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개인적 생각들

블로그에 대한 단상..

모로나이 2015. 6. 3. 22:27

 

 

한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그리고 이런 저런 먹고사는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블로그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한동안 힘들게 했던 여러 의문들이 이제는 거의 사라져 버린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특정 부분에 대해 깊게 생각하거나 의문을 품고 그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 중 상당수는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의문들로 인해 고민하고 그에 답을 찾기 위해 며칠간을 머리를 싸매면서 기도하고 답을 찾는 과정 중에 얻게 된 것들이 상당수입니다. 내가 과연 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다 이단이라고 정죄하는 교회에 속해 있는 것은 내 영혼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게 된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머리 속에 흐트러져 있던 여러 개념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가슴 속에 따스한 느낌이 있다고 해서 진리구나...라고 믿기 보다는 그것을 경전과 비교해 보고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연구했던 베뢰아 사람들(사도 17:11)의 태도를 닮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선교사업을 마치자마자 시작했던 일이 벌써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기간에 귀환 선교사였던 한 자매와 성전에서 결혼도 하고 사랑하는 아이들도 낳았습니다. 하지만 신앙생활을 하기 힘들었던 과거에는 그토록 열의를 다하더니 이제는 나태해지고 영적인 것들을 묵상하는 시간도 줄어들어가고 있습니다. 경전 연구도 게을러지고, 블로그를 통해 생각을 정리할 마음의 여유도 사라지고, 그저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부름을 수행하고 공과를 듣는 일들이나 가족끼리 기도하는 일이 거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씩 이 블로그를 통해 힘을 얻고 있다는 분들의 연락을 받게 되면 참 행복하고 다시금 열의를 불태우게 됩니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알고 있던 복음원리들이나 우리를 대적하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스스로의 신앙을 다잡고자 하는 노력들이 실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로 인해 교회 모임 중에 논쟁을 벌였다면서 교회의 어느 지도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도 있었고, 교회의 교리나 역사적인 문제로 힘들어 하는 회원들이 있다면서 그분들을 위해 모임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절한 일도 있었으며, 어떻게 해서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연락해 오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 때 교회에 충실했던 이었으나 개인적인 생각의 차이로 그만두고 적대적이 된 이들이 시비나 논쟁을 일으키기 위해 블로그에 방문해서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그분들 역시 다 이해합니다. 같은 깨끗한 물이지만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복음은 명확하고 분명하지만 그것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우유가 되고 독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른 이 블로그를 통해 힘을 얻었다는 분들의 메일이나 쪽지, 전화를 받을 때면 내 작은 노력이 일부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