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개인적 생각들

자녀가 교회에 회의를 느끼면..

모로나이 2019. 1. 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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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에 고3인 청소년이 고민의 글을 올렸습니다. 최근 3년간 지속된 큰 고민으로서 부모님에 이끌려 마지못해 교회 다니는 형편인데 부모님께서는 이 청소년이 선교사업을 나가길 간절히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믿지도 확신하지도 않은 것을 사람들에게 전한다고 나가는 것 자체가 사기꾼이 될 것 같아 고민이지만 이에 대해 부모님께 이야기를 해봤자 교회에 대해 더 알아보라, 혹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프니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말만 돌아온다고 하네요.

 

저는 예전에 이런 글을 볼 때면 복에 겨운 소리라고 일축하곤 했습니다. 제 자신이 워낙 힘들게 교회에 다니고 선교사업도 정말 힘들게 나왔기 때문에 부모님들의 적극적으로 지원받으면서 선교사업을 나가는 이들처럼 부러운 것이 없어 보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이런 고민의 글을 볼 때면 다른 의미로 이해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저 역시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별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부모님의 신앙에 이끌려 마지못해 감리 교회에 다녔고 그 속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당시를 되돌아보면 내가 도무지 믿을 수 없어하는 것을 가족의 신앙이란 이유로 강요받았을 때 감옥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습니다.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도 없었고 굳이 마음이 맞는 것 같아 같은 교회 선배들에게 질문을 하면 기도해라, 무슨 무슨 모임에 참석해 보라는 권유를 받아 용산구에 있는 온누리 교회에서 하스데반 선교사가 이끄는 경배와 찬양 모임에도 참석하면서 뭔가 내적으로 큰 변화가 있기를 바라기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청소년도 같은 입장에 처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족들의 신앙이라는 이유로 마지못해 교회에 다녀야 하고, 자신이 믿지도 않은 것들을 권유받아야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선교사로 나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느끼는 괴리감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교회 지도자에게 이야기를 해봤자 기도해 봐라, 몰몬경을 읽어라. 계명을 지키라는 말만 들었을테니 이렇게 네이버 지식인으로만 신세타령을 해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이런 고민을 하는 청소년, 혹은 독신들이 주변에 많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청소년들이 무조건 몰몬경을 읽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아픔을 잘 들어주고, 특정한 원리를 강요하거나 가르쳐 들려고만 하지 말고 먼저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을 극복한 사례들을 간증으로 들려 줄 수 있겠지요. 무슨 선택을 하건 그 청소년의 선택 의지에 따른 것이니 존중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복음의 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바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인내하고 바라봐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줄 수 있고 사랑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그에 대해 질책을 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선택을 존중하며 그럼에도 그들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확인해 주는 것입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저도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지금이야 어려서 부모가 시키는대로 다 따라하지만 나중에 청소년이 되고 독신이 되면 신앙적인 갈등을 겪을 것입니다. 단순히 교회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 교회를 선택해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와 갈등, 번민을 느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복음대로 양육할 예정입니다. 갈등을 하거나 복음에 대해 회의를 느끼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밤을 지세우면서 토론하고 설득하고 기도할 것입니다. 하지만...그럼에도 자녀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한다 해도 저는 그 선택을 존중해 줄 것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교회 안 나가면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저 역시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 때 느끼는 그 괴로움과 외로움을 알기에 차마 양심상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에라도 자녀들이 끝까지 복음 안에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고, 모범을 보이고, 복음 안에서 누리는 참된 기쁨을 우리 자녀들이 맛볼 수 있도록, 그래서 정말 교회 다니는 것이 행복하고 이 교회야 말로 참된 교회임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