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역사와 교리/하나님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나..

모로나이 2012. 12. 15. 02:49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현대 기독교와 후기성도 사이에 하나님의 창조와 관련된 중요한 쟁점이 포함되어 있다. 즉 대부분의 현대 기독교인들은 크레아씨오 엑스 니힐로’(creatio ex-nihilo, 무로부터의 창조)를 믿는 반면 후기성도는 하나님이 이미 영원 전부터 존재해 있던 무엇인가를 이용하여 하나님께서 우주를 조직하신 것이라는 개념을 믿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이들은 몰몬교의 하나님은 상대적으로 덜 강력하신 분이라는 식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현대 기독교인들이 익스 니힐로라는 개념을 믿게 된 이유는 그것이 하나님의 주권이나 전능성과 관련된 논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무엇인가 하나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분명 하나님과 함께 영원한 무엇이 될 것이고 결국에는 하나님의 영원성과 전능성에 손상이 갈 수 있다는 논지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구약 성경에서는 무로부터의 창조를 지지할 만한 직접적인 구절은 없다. 그렇기에 창조에 관한 구절들을 면밀하게 조사해 봐야만 한다. 특히 이런 주제에 대한 논쟁은 창세기의 첫 구절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창세기 11절을 보면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느니라고 되어 있어서 마치 하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심을 선언하신 것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1:1에 나오는 "태초에 하나님이..."라는 구절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베레쉬트가 '태초'냐 아니면 '의 시작에' 냐라는 점에 대하여 논의를 하다보면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태초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베레쉬트는 명사 레쉬트에 전치사 베(be, )가 접두된 것이다. 고대와 현대의 일부 학자들은 이 단어를 연계형으로 '의 시초에', 또는 '시작할 때'라고 해석하여,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기 시작할 때'(When God began creating the heavens and the earth) 또는 '하나님의 천지 창조의 시초에'(in the beginning of God's creating the heavens and the earth)라고 번역한다.

 

(히브리어 연계형(Construct Chain)은 한글에서는 ’~영어에서는 '~of' 를 의미한다. 예로 어떤 남자의 말(word of a man)' 즉 두 명사가 합해지면서 쓰여야할 ‘~'~of' 를 의미한다.앞에 명사는 construct(연계형)이라고 부르고 뒤의 명사는 absolute(절대형)이라고 부른다)

 

또한 표준 새번역도 이 번역을 따라 난하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기 시작하셨을 때에'라고 추가적인 번역을 해놓았다. 실제 성경에서는 이 단어가 50번 정도 사용되었는데 이사야 46:10절을 제외하고는 전부 “~가 시작할 때라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레미야. 26:1; 27:1; 28:1; 49:34 참조), 혹자들은 이사야서에 나온 예외 구절이 베레쉬트라는 단어 의미를 밝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왜 49개에서 동일하게 사용된 용법을 제외하고 극히 예외적으로 사용된 구절을 결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암튼 이 베레쉬트라는 단어가 연계형이라고 하면 창세기 11,2절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할 바로 그 시기에 존재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한 종속절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3절에 이르러서야 성경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종속절의 수식을 받는) 주절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로 창세기 11,2,3절을 읽으면 이렇게 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즉 첫 번째 창조의 행위는 빛이 존재하라는 명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식물이나 동물이 존재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 혼돈하고 공허한 땅의 상태, 그리고 흑암과 수면..이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최초의 창조하시기 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이라는 말이다. 창세기 1장에서는 하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것이 아니다. 최초의 창조 이전에 무엇인가가 존재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경 주석을 보면 창조하다라고 번역된 bara라는 히브리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그 단어가 오직 하나님에게만 쓰인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이유가 되지 못하며 창세기 1장의 나오는 bara의 의미는 그 단어가 사용된 문장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조셉 스미스는 계시를 받아 창세기 1장을 번역할 때 창조의 의미를 무에서의 창조나 유에서의 창조라고 확고하게 못을 박진 않았지만 조셉 스미스의 가르침 347-348에서 하나님께서 세상을 만드실 자료를 갖고 계셨다는 사실을 유추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하고 있고 실제 창조의 범위는 우주적인 개념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국한된 것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되었나니, 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보라, 내가 네게 이 하늘과 이 땅에 관하여 계시하노니, 내가 하는 말을 기록하라. 나는 시작과 끝이요 전능한 하나님이니라. 나의 독생자로 말미암아 내가 이것들을 창조하였나니, 참으로 태초에 내가 하늘과 네가 서 있는 땅을 창조하였느니라 (모세서 2:1)

 

즉 모세가 계시로 받은 하나님의 천지 창조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이 아닌 우리가 속해 있는 천체와 이 지구에 대한 곳에 한정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아쉽지만 신약 성경에 나오는 창조에 관한 기사들도 전적으로 구약 시대 사용된 표현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 문제에 대해 풀이해줄 근거는 제공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던 물질을 사용하여 만물을 창조하셨다는 믿음은 후기성도들만의 믿음이 아니다. 그리스 철학이나 그노시스의 영향이 기독교에 침투하기 전에 살던 초기 교부들도 동일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순교자 저스틴(기원후 110-165)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께서 인간들을 위해 형성되지 않은 물질(unformed matter)을 가지고 모든 것들을 창조하셨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Justin Martyr, "First Apology of Justin," in Chapter 59 Ante-Nicene Fathers)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모든 세상은 (모세에 의해) 알려져 있지 않은 물질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Justin Martyr, "Hortatory to the Greeks," in Chapter 30 Ante-Nicene Fathers)

 

“(지구는) 이전부터 존재해온 형태를 통해 하나님이 만드셨습니다.” (Justin Martyr, "First Apology of Justin," in Chapter 10 Ante-Nicene Fath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