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개인적 생각들

아버지 기도의 응답.

모로나이 2016. 7. 16. 00:52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과의 미묘한 종교적 갈등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처럼 대놓고 뭐라고 하시지는 않아도 애기 엄마를 통해 여러 차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놓으셨고 아이들을 일요일에 부모님 다니시는 교회에 데리고 가고자 부단히 노력을 해오셨습니다. 몇 년 전에 목사님이신 삼촌께서 가족들이 모인 곳에서 교회에 대해 추궁을 하자 그 때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삼촌이 다니는 교회는 성경적으로 맞지 않아요..”라는 말을 던져서 당시 가족들의 분위기가 쏴 해졌는데 그때 이후로는 교회에 대해 특별히 강요하시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이제는 우리 자녀들을 향하여 압박을 가하셨습니다.

 

우리 부부야 어쩔 수 없다 하시지만 사랑하는 손녀손자들을 이단의 구렁텅이에서 구하시고자 하시는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자녀된 도리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침례 받고서 거의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을 부모님. 사랑하는 손주들이나마 이 악의 길에서 구하고자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기도의 제단을 쌓으셨다는 우리 부모님.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미묘한 줄다리기를 포기하신 듯합니다. 더 이상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아이들이 교회, 선교사, 몰몬경, 조셉 스미스, 형제 자매님..과 같은 교회 용어를 언급해도 그냥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도 없으십니다. 아이들이 주저함 없이 교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자매와 저는 부모님의 표정을 의식하곤 항상 전전긍긍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의 오랜 기도의 응답이 온 것이라 너무나 기쁩니다. 예전 어머니께서 너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을 때 저 역시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맞받아쳐서 분위기가 험악해진 적이 있긴 합니다. 속으로 누가 믿는 하나님이 이기는지 보자는 식의 철부지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마음이 한편 평안해 진 것 같으면서도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교회 내에서 비교적 높은 직분으로, 이런 저런 직분에서 봉사하면서 자녀와 손자손녀가 그분의 뜻을 따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명절 때 가족들이 모인 곳에서 대표로 식사 기도를 하실 때마다 예수 믿는 3대 가정이 되게 해달라고 매일 간절히 기도를 하셨는데 정작 그 뜻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교회 회원들 중에서도 자녀가 교회에 나오지 않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파하고 괴로워하는지 곁에서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는 저로서도 부모님이 어떤 생각을 하실지 생각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의 기도는 이미 응답된 것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비록 다니는 교회가 다르고 믿음의 방식이 약간 다르긴 하지만 불신앙의 길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과 예수님을 충실히 믿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부모님의 종교를 버린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신 신앙의 모범을 보고 더욱 깊이 주님의 길을 따르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들로 인해 실망하며 낙망해하고 계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뜻을 저버린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님의 기도로 인해 우리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하나님과 예수님께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마다 기도하셨을 아버지의 기도는 이미 충분히 응답된 것입니다...그러니 실망하지 마세요...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