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글/잡담

나는 왜 후기성도가 되었는가?(5)-선교사업을 계획하기까지

모로나이 2020. 4. 26. 22:25




이번 연차대회에서 앤더슨 장로님은 잊지 못할 영적인 기억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주시면서 우리 여정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울 때 잊지 못할 영적인 기억은 나아길 길을 밝게 비추는 반짝이는 돌과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소중히 여기고 자주 회상하면서 기록하고 가족과 나누라고 권유하시며 이런 것들을 소중히 여길 때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임을 약속하셨습니다. 제가 나눈 이런 경험들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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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업은 나의 계획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고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소극적인 성격으로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 역시 막막한 일이었다. 복음이 참됨을 확신하고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소망과 열의는 컸으나 그것은 회원 선교사로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나에게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부러웠다. 주변에서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선교사업을 떠나는 이들을 볼 때면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러웠다. 선교사업은 교회 가정에서 태어나도록 선택받은 자녀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최소한 당시 내 눈에 보이는 선교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교회 가정에서 태어난 2,3세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선교사업은 이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럴수록 더욱 다짐했다.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 속에서 떠나는 선교사들 못지않게 회원으로서 선교 사업을 열심히 하겠다고. 네이버 지식인이나 이런 저런 카페에 가입해서 모로나이라는 필명으로 부지런히 교회에 대해 소개하고 올라오는 질문에 답글과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종교교육원에 다니고 학생회에 참여하면서 한 두 명씩 선교사로 떠나는 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 막 귀환해서 영에 충만한 상태의 독신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는 시기에 접하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을까. 무슨 특별한 꿈을 꾸고 일어났었는데 잠에서 깨고 나서 나는 불현 듯 선교사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전후 맥락도 없었다. 지금 꿈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냥 잠에서 깨서 혼자 내뱉은 말이 알겠습니다. 하나님. 선교사업을 나가겠습니다.”였다. 나의 소망을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 때부터 선교사들 회원들로부터 선교사업에 대한 권유도 받게 되었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너무나 절실하게 내 마음을 흔들었던 그 꿈, 그리고 갑작스럽게 받게 되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사실 그 전에는 내 사정을 다 알고 있었기에 선교사업에 대해 권유하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저 결혼이나 빨리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까 ㅎㅎㅎ). 이 모든 것들이 오랜 기도의 응답이며 하나님이 나를 위한 계획이라는 생각이 너무나도 확실했다.

 

다른 모든 문제점들은 차치하고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모님의 허락이었다. 내가 부모의 입장이라 해도 내 자녀가 나와 다른 종교의 교리를 전하려고 모든 것을 잠시 포기하고 나가서 연락도 1년에 두 번 밖에 못한다고 하면 허락을 해주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는 너무나 확신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에서 선교사업은 분명 포함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 고민도 많이 하고 기도도 많이 하면서 부모님께는 이유 불문하고 제가 무엇을 하던지 2년이라는 시간만 허락해 주시면 그 이후에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만 말씀드렸다. 잘될 것이라는 그 모든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면서도 그냥 부모님께 통보 아닌 통보만 하게 되었다. 그 외 모든 것들은 전부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준비하면서 주님께서 길을 하나둘씩 열어주고 계심을 너무나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부산선교부로 봉사도록 부름을 받고나서도 한 가지 더 명확히 하고 싶었다.

 

정말 이 교회는 참된 것이 맞나?”

 

혹시나 싶었다. 2년간 주님의 복음을 전한다고, 이 교회가 주님의 참된 교회라고 간증하려면 단 하나의 의심도 없이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또 다른 교회들을 찾아다녀서 우리 교회와 확인을 해보는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조셉 스미스의 아들을 선지자로 지지하는 복원 교회’ (지금은 community of christ로 이름을 변경했음)가 서울 연희동에 한 군데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곳을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곳도 조셉 스미스를 선지자로 지지하며 몰몬경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 곳이었다고 들었다. 몰몬경이 참됨을 알고 개종을 했는데 그럼 그 교회도 참된 곳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교사업 나가기 전에 꼭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만에 하나, 그곳이 참된 곳이면 선교사업을 나갈 이유는 없었으니까.

 

우여곡절 끝에 그 교회 측과 연락이 되어 방문 목적으로 밝히고 주말에 교회를 방문했다. 나는 곧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당시는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에서 선교사로 나갈 예정인데 이 교회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방문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그 교회에 Pastor(목사)라고 부르는 미국인 부부가 담당을 하고 있었고(내 기억에 아내가 목사였고 남편은 선교사였다) 어느 중년의 집사님과 사무실을 보는 젊은 여자 분이 있었다.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셉 스미스와 회복, 몰몬경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이끌었다. 그 교회는 조셉 스미스를 초기 선지자로 믿고 있으며 그의 아들 조셉 스미스 3세를 선지자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조셉 스미스 사망 이후 서부로 이동하지 않고 남아서 교단을 세운 개념이었다.) 당시 최근에 선지자가 받았다던 (그 교회의) 교리와 성약의 일부를 읽어 주었고 몇몇 팜플렛도 받았다. 몰몬경에 대해 물었을 때 그저 좋은 책에 불과하다는 식의 발언은 나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던 그 여성은 몰몬경을 읽어 본 적도 없다고 하고 관심도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선교사업을 하지 않아서 한국에 들어온 지 50년이 되었지만 한국에 교회는 딱 한 군데만 있었고 그나마 그곳 회원들도 10여명이 전부. 그것도 외국 방문자가 대부분이었다.

 

복음을 전하려는 열망도 없고, 몰몬경을 읽어 본 적도 없고 그저 좋은 책에만 불과하다며 다른 개신교회의 모습과 거의 유사하게 변질된 것을 보면서 나는 이 곳은 참된 곳이 아님을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몰몬경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그 여자분에게 몰몬경을 한 권 드리면서 꼭 읽어보고 기도하라는 권유를 드리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이제는 마음에 부담을 놓고 선교 사업에 나갈 수 있었다. 이제야 비로소 더욱 떳떳하게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는 주님의 참된 교회며 몰몬경은 참되다는 간증을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치기어린 마음에 있어서 그럴까? 나는 그 누구보다도 선교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윌포드 우드럽 회장님 선교사업 시절처럼 수 천 명을 침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았다.